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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일·박경화, 『금융, 배워야 산다』(1장. 경제와 금융의 시소게임)
    Read/경제·경영 2021. 8. 25. 23:32

    최일, 『금융, 배워야 산다』를 읽고.

    1장. 경제와 금융의 시소게임(1)

     

    시대가 많이 변했다. 흔히들 복잡성과 불확실성의 시대라고 한다. 내 월급만 빼고 빠르게 변해가는 세상에서 경제 환경은 더욱 불확실해졌고, 변동성은 더더욱 커졌다. 고성장·고물가·고금리에서 저성장·저물가·저금리로의 거대한 패러다임 시프트는 저축만으론 노후가 보장되지 않는 시대를 만들었다. 그러니까 "문맹은 생활 불편하게 하지만 '금융 문맹'은 생존을 불가능하게 한다"는 그린스펀의 말처럼 금융을 배우지 않으면 안정적인 삶이 불가능해졌다. 정말 이 책의 제목처럼 금융을 배워야 살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무엇을 배워야 하는가. 경제학 원론? 아니면 '태어나 처음 주식투자' 따위에서 설명하는 실용적인 내용? 세상은 정보로 넘쳐난다. 특히나 금융과 경제에 관해선 무수한 정보가 떠돌아다니고, 한술 더 떠 그것들은 계속해서 새로운 모습으로 복잡해져 간다. 하지만 결국엔 본질이 우선이다. 빠르게 변화하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도 그 핵심을 꿰뚫는 프레임이 바로 본질이다. 프레임은 마치 동서남북처럼 시시각각 달라지는 나의 위치를 분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기준이기도 하다. 금융 공부는 곧 시장·상품·투자·지표 등을 바라보는 프레임을 아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

     

    1장. 경제와 금융의 시소게임(2)

     

    이 책의 절반은 금융을 바라보는 거시적인 프레임에 관한 얘기다. 숲 안에선 다른 나무들이 잘 보이지 않지만, 더 높은 곳에 올라가면 숲도 나무도 다 보이는 것과 같은 이치다. 1장에선 '(1)산업 성장과 금융 시스템의 역할, (2)돈에게 일을 시켜야 하는 시대로의 변화, 그리고 (3)금융시장과 실물시장의 관계'로 총 세 가지 프레임을 소개한다.

     

    (1)금융 시스템의 역할

    개발도상국이었던 우리나라가 세계경제 10위의 경제 대국이 될 수 있었던 배경에는 1970년대 이후부터 꾸준하게 성장해온 수출기업들이 있었다. 하지만 그 성장은 금융이라는 시스템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대표적인 예로 현대중공업이 있다. 사업 초기 현대중공업은 "소나무 몇 그루와 초가집 몇 채"가 자산 전부였지만, 금융 시스템의 힘을 빌려 현재 세계적인 조선회사로 손꼽히는 기업이 됐다. 1970년 정주영 회장은 어느 회사 바이어에게 "당신이 배를 사주면 영국 정부에서 '차관'을 얻어서 배를 만들어줄 테니, 사라"고 말을 건네며 협상을 시작했다. 당장 배도 없고, 배를 만들 공장도 없었지만, 상대 회사가 사주겠다는 약속만 해준다면 은행에서 '돈을 빌려' 배를 만들어보겠다는 것이다. 한국이 이미 1500년대에 철갑선을 만든 나라라는 이야기를 덧붙이며 열정을 보인 그는 결국 바이어를 설득하는 데 성공했고, 그렇게 그 내용을 담은 사업계획서를 가지고 은행 대출 담당자의 승인을 얻으며 조선업을 시작하게 됐다. 어찌 보면 황당한 이 이야기를 실제 비즈니스로 성립하는데 금융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와 같은 스토리는 지금도 유효하다. 기업뿐만 아니라 개인이나 국가조차 이 시스템을 어떻게 활용하는지에 따라 그 운명이 좌우된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았다.

     

    (2)돈에게 일을 시켜야하는 시대로의 변화

     

    시대가 바뀌었다. 이제는 돈에게 일을 시켜야 한다는 말을 심심찮게 들을 수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는 현재 우리가 성장경제에서 성숙경제로 접어든 사회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성숙 경제는 "경제 기반이 없는 상태에서 생산자인 기업이 만들면 팔리는 생산 중심"의 시대가 아닌 "이미 경제 기반이 충분해 생산 중심의 시장이 소비 중심의 시장으로 넘어가는 단계"다. 성장은 더디고 금리와 물가는 낮은 수준에 머물기에 자금의 수요보다는 공급이 더 많아졌다. 결국, 성숙경제 시대의 금융은 "대출 같은 자금 조달"보다는 "자산 운용"이 훨씬 더 중요해졌다. 두 번째는 앞으로 다가올 고령화 시대 때문이다. 지금까진 정년 퇴임 이후 돈을 쓰는 기간이 20년 안팎이었다면, 앞으론 퇴직 이후 30년 넘게 돈을 쓰며 살아야 할지도 모른다. 나이가 들어서도 근로소득을 꾸준히 유지할 수 있다면 모르겠지만 그렇지 않고서야 퇴직까지 모아둔 돈으로 긴 세월을 버티기란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결국, 지금 우리는 눈앞의 현재와 먼 미래를 위해 돈에게 일을 시켜야만 하는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이다.

     

    (3)금융시장과 실물시장의 관계

     

    자본주의 역사를 돌아보면 금융은 실물시장의 시녀에 불과했다. 금융은 그저 부를 축적하는 도구로서, 거래를 매개하는 수단으로서 기능할 뿐이었다. 헌데 오늘날 금융은 실물로부터 독립적이면서도, 어떤 때는 그것을 지배하는 위치가 돼버렸다. 다시 말하면 경기가 나빠져 주식시장이 하락하는 것이 아니라, 주식시장이 하락해서 경기가 나빠지는 꼴이다. 그도 그럴 것이 현재 금융파생상품 시장의 규모는 세계 전체 GDP를 합친 것보다 약 10배 가까이 크고, 다른 어떤 글로벌 이슈보다 미국의 서브 프라임 사태이나 브렉시트 같은 금융 사건이 실물시장을 장기간 침체에 빠진 적은 없었으니까. "당신이 월스트리트의 사는 금융인이든, 생산과 소비의 실물경제 시대를 사는 일반 미국인이든, 미국은 아니지만, 미국의 주변부에 살든, 우리는 모두 한배를 타고 있다"는 버핏의 말처럼 현재 금융은 세계 곳곳을 향해 하나의 금융망을 펼쳐나가고 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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