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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일·박경화, 『금융, 배워야 산다』(3장. 자산시장 들여다보기)
    Read/경제·경영 2021. 8. 28. 22:41

    3장. 자산시장 들여다보기.

     

    (1)금융의 교환 가치

     

    자본주의 경제는 분업과 교환에서 출발한다. 이때 교환이라는 기능은 금융이 담당한다. 교환은 그 대상이 지닌 가치에 따라 결정되는데, 이를 교환 가치라 한다. 자산시장을 들여다보는 프레임을 설명하기 전 금융이 생각하는 교환 가치가 무엇인지 알 필요가 있다. 먼저 경제학에선 교환 가치를 어떻게 정의하는지부터 살펴보도록 하자. 경제학에선 시대마다 다르게 교환 가치를 정의 내렸다. 고전 경제학에선 '노동 가치'가 곧 교환 가치였다. 쉽게 말해 자동차 한 대를 만드는데 100명의 노동력이, 배 한 대를 만드는데 1만 명의 노동력이 필요하다면, 배 한 척의 가치는 자동차 100대의 가치와 같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이 주장엔 한계가 있다. 왜 다이아몬드 가격이 생수 가격보다 비싸야 하는지, 또는 특정 예술가의 미술 작품이 왜 수십억에 팔리는지 따위의 문제에 관해선 설명하기 어렵다.

     

    위와 같은 문제를 설명하기 위해 현대 경제학은 '한계효용'가 교환가치라고 주장한다. 한계효용은 소비할 때 얻을 수 있는 만족도를 뜻한다. 다이아몬드가 생수보다 비싼 이유도, 특정 작가의 미술품이 비싼 이유도 모두 그것들이 지니는 희소성이라는 가치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가치를 결정하는 요소를 생산에서 소비의 차원으로 바꾼 이 주장에도 한계점이 존재한다. 한계효용에 대한 교환가치는 노동 가치의 교환 가치보다 지극히 자의적이고 주관적이라고 볼 수 있다. 미술에 조예가 깊은 이가 들으면 무식하다고 할 수 있지만, 사실 미술품의 가격은 그 가치를 인정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결정되며, 실제로도 별도의 시장을 통해 그들만의 리그를 형성하고 있다. 누군가 시가 10억짜리 고흐의 작품을 10년 후에 되팔 수 있는 조건으로, 반값에 살 수 있는 권리를 제안했다고 해보자. 어떻게 하겠는가? 당장 모자란 돈을 대출받아서라도 그림을 사는 게 당연할까? 아마 주저하는 이가 적지 않을 것이다. 특히 나처럼 예술품을 잘 모르는 사람은 선뜻 그 권리를 사겠다고 나서지 못할 게 분명하다. 만약 작품을 산 이후 10년 동안 고흐에 관한 부정적인 평가를 담은 새로운 논문 등이 발표된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그 가능성은 극히 드물겠지만, 고흐의 평판에 금이 가면서 작품의 가격도 처음 예상보다 부정적인 평가를 받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이렇듯 한계효용이 곧 교환 가치라는 주장은 불완전하다.

     

    그렇다면 무엇을 교환 가치로 봐야 하는가? 금융 경제학에선 교환 가치를 '현재 가치'라고 정의한다. 현재 가치는 '현재'와 '가치'로 나누어 생각해볼 수 있다. 먼저 '가치'의 의미는 현금 흐름 창출, 즉 돈을 벌어야 한다에서 출발한다. 가령, 주식과 채권 같은 금융 자산은 정해진 기간 배당과 이자와 같은 현금 흐름을 창출해낸다. 다음으로 '현재'는 할인율이 적용된 시점을 뜻한다. 채권의 경우 1년 뒤 이자를 받는 것과 10년 뒤 이자를 받는 것은 전혀 다른 의미다. 두 기간 모두 같은 이자를 지급 받는다고 하더라도, 현재 시점에서 볼 때 1년 뒤 돈의 가치와 10년 뒤 돈의 가치는 다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두 개념을 모아 생각해보면 '현재 가치'란 미래 있을 현금 흐름을 현재 시점으로 할인해서 얻은 값이라고 볼 수 있다.

     

    정리하면, 금융이 생각하는 교환 가치는 현재 가치이며, 현재 가치가 움직이면 자산의 가격도 변화한다. 화폐 자산의 가치가 시시각각 변하는 이유는 현금 흐름과 함께 할인율도 변하기 때문이다. 이때 가격은 시간을 두고 가치를 반영해 들어가는데, 가격이 현재 가치보다 과도하게 오르면 버블 또는 고평가, 반대로 가치보다 현저히 낮으면 패닉 또는 저평가라 부른다. 결국, 시장의 패닉 속에서 매수할 수 있는 용기나, 모두가 즐기는 버블 속에서도 홀로 매도할 수 있는 지혜는 자산의 현재 가치를 토대로 가격을 평가할 줄 아는 능력에서 비롯된다. "냉소주의자란 모든 것의 가격은 알지만, 가치를 모르는 사람이다"라는 오스카 와일드의 말처럼 가격을 보는 아마추어는 냉소주의에 빠지기 쉽상이다. 하지만 가격에서 현재 가치를 분해할 수 있다면 냉소주의를 벗고 합리주의자가 될 수 있다.

     

     

    (2)자산 시장도 진화한다.

     

    동물의 세계와 마찬가지로 자산시장도 진화한다. 1930년도 이전까지 자산은 '희귀한 것'이었다. 귀금속이나 부동산과 같은 대표적인 자산들은 '수요와 공급'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대공황이후 1930년대 들어서면서 '돈 버는 것'이라는 자산의 개념이 추가 즉, 진화했다. 대표적으로 배당과 이자를 통해 '돈을 벌어오는' 주식과 채권이 그렇다. 유가증권시장에서 거래되는 이 새로운 자산은 '가격과 가치'를 통해 평가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1980년대 들어 금융 자산은 또 한 번 진화를 거듭했다. '움직이는 것' 또는 '변동하는 것'이 새로운 자산으로 추가됐는데, 파생금융상품인 옵션, 선물, 스왑 등이 그러하다. 이 '움직이는' 앞선 자산의 성격과 달리 수급이나 가격과 가치의 괴리보단 현재와 미래의 변동을 통해 평가된다.

     

     

    (3) 자산별 투자 프레임(부동산, 원자재, 채권, 주식, 외환)

     

    부동산, 원자재, 채권, 주식, 외환 등 금융업이 다루는 대표적인 투자 상품들이 있다. 투자자는 자산의 성격에 따라 평가 방법을 달리 해야 한다. 각 자산을 바라보는 관점을 장기·중기·단기로 나눠 볼 수 있는데, 장기의 경우 '벨류에이션'이 이에 해당하고, 중기·단기는 '모멘텀'에 해당한다. 위 세가지 프레임을 통해 위에 열거한 다섯 가지 자산을 바라보는 프레임을 요약하면 아래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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